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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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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괴담모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리디에서 무료 배포라 일단 받아 놓고 짬짬이 읽긴 했는데, 솔직히 별로 재미가 없다. 번역 때문인지 정서 때문인지, 그나마 마지막 한국 작품과 인도네시아 작품이 조금 기억에 남는다. 짧은 단편이어서 그런지 뭔가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결국 무슨 얘기였는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내가 상상력이 부족한 건지, 그냥 순간 오싹한 그 기분만을 위해서 읽어야 하는 건지... 하여간 글이나 영상물이나 공포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한 권으로 읽는 밀레니얼 삼국지 (이동진 역) 한 권이어서 확실히 금방 읽기는 했다. 술술 넘어간다. 그런데 나처럼 예전 기억을 떠올리려고 간단히 읽어보는 건 괜찮지만 이 책으로 삼국지에 입문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내용 축약이 너무 많아서 부실한 건 둘째고, 이 짧은 책 안에서, 그것도 한 챕터 안에서 오탈자나 사람 이름 뒤죽박죽인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덕분에 10권짜리 완역본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 이번에는 황석영 역본을 읽어야겠다.
녹정기 (김용) 뭔가 낄낄대는 재미(?)는 있는데, 의외로 집중해서 끝까지 완독하기 힘든 작품.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영웅문 3부작 이후에 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를 처음 읽을 때도 비슷했던 것 같다. 위소보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행보가 재밌기는 한데, 10권을 끌어가면서 꽤 지루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인 듯. 구판과 다른 점은 서장이 굉장히 길어졌다는 점. 구판에서는 선비들이 바로 천지회를 찾아가자고 하고 끝나는 반면, 신판에서는 "명사"라는 책에 얽힌 사건의 전모가 나온다. 바로 그 사건으로 천지회와 원수가 되고, 나중에 위소보에게 응징당하는 인물을 밝히고 시작한다. 그리고 극초반 태후와 해대부가 대화할 때, 해대부가 숭정황제를 언급할 때 태후가 당황하는 건.. 조금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하는데 스포일러..
소오강호 (김용) 얼마전 신조협려가 최애 무협이라고 썼지만 어쩌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바뀐 건 아니지만 신조협려와 소오강호를 한두 번 더 읽으면 바뀔 수도... 일단 주인공 영호충이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 마음에 든다. 어릴 땐 옛 사랑이나 사부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검을 들지 않으면 무공이 별로인 점, 딱히 성장이라기 보다는 독고구검 전수 한 번 받고 이후로 도긴개긴(?)인 점 등...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캐릭터인데 다시 읽고 나니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여전히 양과를 좋아하지만 영호충도 비슷한 수준으로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악영산과 악불군, 혹은 화산파에 미련을 두기는 하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시대 안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느껴지고, 임영영 역시 그가 악영산에..
천룡팔부 (김용) 천룡팔부는 일단 내 취향에는 딱히 맞지 않는다. 기억과 이 블로그를 돌이켜 보면 난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서서히 성장하는 무협을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이 소설 주인공 세 명은 처음부터 너무 강하거나 너무 급격하게 강해진다. 그래서 긴장감이 덜하다. 대신 역시 김용이기에...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흡인력은 여전하지만... 번역 때문인지 취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중화권에서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 크게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를 모르겠다. 사조삼부곡 외에 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는 예전에도 한 번 씩밖에 안 읽어 봐서 구판과 신판의 구분은 딱히 모르겠다. 나도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최후 결말에 누가 누구와 이루어지냐 외에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이 내 느낌.....
의천도룡기 (김용) 사조삼부작을 다시 읽고 나니 되살아나는 기억.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는 적어도 서너번은 읽었는데 의천도룡기는 한 번 아니면 두 번 읽다 말았던 것 같다. 중반 광명정 전투까지가 재미있고 이후로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나름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이 그때가 절정이고 이후로는 그냥 최강자 + 우유부단 바람둥이. 구판에서는 프롤로그 부분의 곤륜삼성 "별건가"로 나오는데 신판은 원문 그대로 "하족도"로 나온다. 하족도 역시 뭔가 어감이 한국어스러운(...) 느낌이 있긴 한데, 중국어로도 말도 안 되는 소리 라는 의미가 있는 듯. 무당산에서 유대암과 은소소 대면 장면도 달라졌다. 기억 속에서는 은소소가 감추려했으나 유대암이 목소리를 듣고 알아차리는데 개정판에서는 은소소가 먼저 밝히고 사죄한다. 예전에 읽었을..
신조협려 (김용) 아직까지 나의 최애 무협.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인 양과. 가장 아름답다고 묘사되는 소용녀. 사조영웅전과 마찬가지로 개정판이어서 조금씩 다른 부분이 많다. 번역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기억이 흐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단 양과와 소용녀의 정이 싹 트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별다른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 서술에 의해 두 주인공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고묘 안에서 몇 년을 사는 동안 이미 깊은 사랑에 빠진 것이라는 설명이 추가되었다. 임조영이 옥녀심경을 만들 때의 마음도 더 자세하게 서술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절정곡에서 양과와 공손녹악이 지하에 떨어진 후 상황도 약간 변했다. 처음 떨어진 이후 누군가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이 달라졌다. 금륜국사의 최후도 조금 바뀌었다. 곽양..
사조영웅전 (김용) 좌백 작품을 정주행하던 와중에, 계속 김용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원래는 김용 작품도 출간 순서대로 정주행 해볼까 했는데, 일단 가장 유명하고 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 먼저 다시 읽기로 했다. 내가 읽었던 것은 과거 고려원 "영웅문" 3부작이나 해적판 등이고 최근(?)에 작가가 직접 수정 보완한 개정판들도 나왔으므로 새롭게 읽기 좋겠다 싶었다. 여담으로 김용 정주행은 그동안 애용하던 리디를 버리고(?)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서 시작했다. 리디에서 모든 작품을 사려면 아무래도 금액이 부담되고... 읽는 속도로 봤을 때 한 달에 몇 권 이상 읽을 수 있으니 밀리에서 읽으면 이득이라는 판단이었다. 덕분에 리디페이퍼 3세대는 잠시 넣어두고 휴대폰으로만 읽다가 태블릿도 하나 들이게 되었다....
금전표 (좌백) 시작할 때부터, 아니 전편 마지막 부분부터 이미 주인공은 무적에 가까운 몸이었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부분에서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을 보여준다. 강하다는 것,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은 마음가짐이라는 것. 결국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 '자존감'이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주인공이 너무 강해져서 속편은 포기하셨다고 하던데... 독행표와 금전표 시리즈도 마음 속에 명작으로 남을 것 같다.
제2한강 (권혁일) 리디와 텀블벅의 '에디션 제로'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달성율을 기록한 작품. 호기심에 포인트와 쿠폰 소진할 겸 읽어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다. 한강 뿐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자살을 하면 가게 된다는 "제2한강"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각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형식.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누구나 한 번 쯤은 자신을 투영하게 될 것이다. 그분들을 그렇게 만든(?) 타인이나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누구나 공감하고 분노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작가분이 친구를 떠나 보내고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도 한 명을 떠나 보낸 입장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영화화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제2한강이라는 신비로운(?) 세게에서 ..
혈기린외전 (좌백) 이런 만화풍 표지들은 정말 적응 안 된다.. 어차피 이북이라 표지 볼 일은 거의 없긴 하지만.. 좌백 작품 중 지금까지는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고 싶다. 분량은 적지만 황용과 조민을 넘어서는 매력의 여주인공도.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의 성장이 뚝딱 이루어지는 부분은 좀...
13일의 김남우 (김동식)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통해서 유명해진(?) 작가님. 글 직접 올리던 시절에 실시간으로 읽곤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정식으로 출판이 되는 과정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첫 책이 2017년에 나온 것 같으니 적어도 5년 전의 일이긴 한데.. 이제서야 처음으로 정식 출판본을 읽게 되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비틀기 스킬의 고수. 모든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이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점이 또 하나의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