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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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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이민진) 전지적 시점이지만 관찰자 시점같은 담담한 서술 속에 많은 걸 담고 있다. 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답답하고 슬프고 화가 난다. 자이니치나 부라쿠민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더 할 수 있었던... 파친코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것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느껴지는 바는 많다. 정당하지 못하게 번 돈은 돈이 아닌가? 돈에는 이름표가 없다는 대사처럼 가족을 부양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일까? 그렇다고 파친코에서 번 돈은 더러운 돈인가? 역사는 현재진행중.. "꼭 할머니 둘이 말다툼을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상대방의 못된 점을 할머니들 귀에 대고 계속 속삭이면서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니 부모 될 자격을 얻어야 되는 거더라, 선자야." They endured. (그들은 견뎌냈..
재벌집 막내아들 (산경) 재밌다. "환생물"은 처음인데 판타지 세계관이 아닌 현대가 배경이어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작가분이 준비를 많이 하신 듯, 실제 역사와 사건들을 잘 버무려서 흥미진진하고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추억을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이 책 덕분에 삼성물산 제일모직 국민연금 사태(?)가 어떻게 된 건지 쉽게 이해되기도 했다... 초반에는 막연하게 할아버지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던 듯 하지만 점차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는 듯한 묘사도 흥미로웠다. "책임은 도덕적으로 지는 게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지는 거죠. 돈이 깨져야 반성하고 책임감을 느낍니다." "단 하나도 뺏기지 마." 마주 잡은 할아버지의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악당으로 살아." 질곡의 시간은 벼락처럼 끝난다.
나의 작은 아빠 (다비드 칼리, 장 줄리앙) 사람을 울리는 데는 구구절절한 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옴니버스 또는 다중 플롯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롭다. 각각의 챕터에서 어떤 인물이 주인공이 되고 서로 별도의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이 영향을 주고 받는. 모든 챕터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잔잔한 감동과 위로가 있다. 개인적으로 1편이 감동이 더하고, 2편은 모든 등장인물들의 어떤 매듭을 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오랜만에 읽는 가슴을 채워주는 이야기.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위 표지는 옛날 것이고 요즘엔 새 표지로 바꼈다. 예전에 리디에서 5년인지 10년 대여로 받아놓은 것인데... 남은 기간이 아직 4년이 넘는 걸 보면 아마 10년이었던 듯. 이책을 읽으면서는 딱히 저장한 독서노트가 없다. 독보적인 캐릭터의 주인공과 완전히 새로운 배경, 흥미진진한 전개의 삼위일체. 그럴싸한(?)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재능이 너무 부럽다. 읽은지 조금 되서 감상이 길지는 않지만 아무튼 강추하는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 이런 꿀같은 이북 도서관이 있었다니!! 몇 년 전에도 시도는 해봤었는데 실제로 빌릴 수 있는 책은 극소수고 앱이고 뭐고 읽기도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는 쓸만해 졌다. 이북리더에서 아주 잘 돌아간다. 어찌 보면 평범한 이야기고 뻔한 결말이지만 작가의 과거를 생각하면 더 감동적이고 치유를 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도서관에 대한 상상이 꽤 멋진 것 같다. 바로 눈 앞에 그 공간이 펼쳐지는 듯한 묘사도 좋았다. 후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모기에 물린 자국과 달리 영원히 가렵다. 두려움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있잖아, 오빠. 인생은 이해하는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
노아의 어머니들 (존 프럼) 진실이 약간 섞인 거짓말이 가장 그럴싸 하다 했던가. 물론 분명히 "소설"로 출판된 작품이지만... 헷갈렸다. 게다가 저자가 외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셨다.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우수상자..) 짧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다. 뭐라고 평을 적어도 스포일러 같아 썼다 지우기를 반복...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 일 같아서 오히려 더 감동적인 소설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역시 고전은 어렵다. 그런데 주인공의 생각과 행적을 따라가면서, 그리고 주변인들이 그를 약간 비정상적 또는 비인간적, 혹은 비감정적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나도 주인공과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은데 나도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모든 인간에게 있는 한 단면을 극대화한 결정체가 주인공인 것일까. 또는 1942년에 이미 "현대인"을 사회비판적으로 묘사한 것일까. 사건만 따라간다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전체적으로 읽기 힘든 어려운 문장들인 건 맞는 듯 하다. 어차피 말이란 좀 틀어지게 마련이다. 독서노트 해놓은 건 너무 공감이 가는 위 한 문장.. 부록 격으로 들어있는 "배교자"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 어떤 가혹한 환경에서 내면이 무너지는 과정을 묘사한 것 같긴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잔잔하면서도 문득 슬퍼지게 하는 이야기. 고구마 먹은 것 같은 답답한 인생. 어쩌면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일생... 자신의 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김초엽) 독특한 설정과 많은 생각이 담긴 짧은 이야기.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걸로...
작별인사 (김영하) 이걸 읽을 당시에는 밀리 독점 공개였나 그랬다. 아무튼 큰 재미는 없었으나 약간의 감동은 있었던 기억이 난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얘기와 그 인권(?)에 대한 담론이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철이와 선이의 관계와, 마지막 회동 쯤에서는 가슴이 아려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인류는 온갖 것으로 고통받았고, 당장 고통받고 있지 않을 때에도 미래의 고통을 걱정하면서 또 고통을 겪었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배고프면 먹고,..
다정검객무정검 (고룡) 김용 개정판 6개 작품 읽고 나서 밀리 끊기 전에 읽은 책 중 하나. 고룡 작품은 처음인데 확실히 왜 유명한지 알겠다. 이미 무공에서는 완성형의 주인공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긴장감 조성이 일품이다. 사실 무협의 배경과 설정을 빌린 스릴러라고 해도 될 듯. 읽은 지 너무 오래 되서 길게 적을 말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읽게 되겠지. 6개월 만에 블로그를 다시 끄적이게 되는데 앞으로는 읽으면 바로바로 기록해야겠다.. "하늘은 당신이 목마를까 저어하여 물을 주셨고, 배고플까 저어하여 과일과 곡식을 내려 배고픔을 피하게 하셨고, 추울까 저어하여 면화와 옷감을 내려 추위를 막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는 철전갑을 쳐다보며 매섭게 말했다. "하늘이 당신을 위해 해 준 일이 이토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