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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정은궐)2024/03/03
불쌍한 주인공...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청나라로 떠나다니... 일정 부분 열린 결말이고 후속작은 나올 생각이 없다고 하니, 뭐 언젠가는 정착(?)을 하겠지만 몇 년 째 사건사고에만 휘말리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부디 청나라 갔다 와서는 바라던 바를 이룰 수 있었기를... 작가분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고 다시 한 번 느끼는게 당시의 용어나 정부(?)의 관습같은 것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각주를 보거나 따로 검색해 보면서 공부도 많이 되는 부분. 성균관 스캔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4인방 캐스팅은 너무 유명했기에 어쩔 수 없이 얼굴들이 떠오르는데, 정말 찰떡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송중기와 여림 구용하는 너무나 어울린다. 만약 지금 시대에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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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 무협 단편집 (진산)2024/02/23
다른 무협을 읽다 보면 꼭 한 번 씩 생각나는 작가. "대사형"이라는 소설 하나만 읽었을 뿐인데 20년 넘게 기억에 남아있는 작가. 진산 작가의 이미지는 특유의 감성... 무공이나 액션 묘사보다는 캐릭터와 그 감정 표현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광검유정, 1994년 작. 실질적인 데뷔작? 하이텔 무림동호회 공모전 대상작이라고 한다. 3시간 만에 쓰셨다고... 청산녹수, 1995년 작. 진산 작가를 검색하면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들 한다. 상금이 걸린 공모전이었기도 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무협작가가 되었기 때문인 듯. 나름의 역사소설인데, 모티브는 정조 때 만들어진 무예도보통지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백결검객, 1996년 작. 슬픈 사랑 이야기. 강호란 무엇인가에 대한 짧지만 깊은 고찰. 고기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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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혈검 (김용)2024/02/20
모든 면에서 서검은구록보다 더 어설픈 느낌. 그래도 사조삼부곡이나 후기 작품들을 위한(?) 습작같은 느낌이 나기는 한다. 김용 선생의 작품 느낌이 난다는 말. 주인공은 곽정 + 영호충 느낌.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데 또 임기응변도 있고 건방진 척 연기(...)를 하기도 한다. 여주인공은 황용 + 임영영 느낌. 질투심도 많고 안하무인... 그런데 남주의 우직함에 감화되어 가는... 이외에 여성 등장인물이 많은데 하나같이 주인공에게 연정을 품거나 호감을 가지고 조력자가 된다. 녹정기를 먼저 읽어서 연결되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분량이 많지 않아 금방 읽었으나, 전체적인 전개도 어설프고 번역이 안 좋아서 힘들었다. 아마 1975년 개정판의 번역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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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검은구록 (김용)2024/02/12
밀리에서 김용의 신수판 들(사조, 신조, 의천, 소오, 천룡, 녹정기)을 정주행한 후, 꾸역꾸역 진행하고 있는 정주행. 읽기가 어렵다. 솔직히 재미가 덜하다. 아무래도 신필 김용 선생이지만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술술 읽히는 맛은 없다. 번역 탓도 있겠지만... 무공 묘사가 현실적인 것은 오히려 마음에 드는 부분. 신비로운 내공의 힘 이런 건 없고 초식과 임기응변으로 긴박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중반 이후가 되면 등장인물들이 흩어져서 동시다발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 시점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 것도 (지루한 와중에) 흥미로운 부분. 또한 다른 작품들과 비교되는 점은, 주인공의 성장기라기 보다 군웅의 모험담 성격이 강하다는 것. 후반에 갈수록 여러 사람이 얽히며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런 진행은 처음 읽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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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정은궐)2024/02/04
아마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쯤, 아니면 이걸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될 때 쯤, 어디선가 1권을 읽고 나서 2권은 못 읽고 지나갔다. (드라마도 보지는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나서 1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읽었던 당시에도 1권 읽고 나서 2권 못 읽은게 상당히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런 기억이 있었으니까 이제 와서 다시 읽었겠지만. 검색해 보니 최근에 인기를 끈 퓨전 사극의 원작이 작가의 작품이더라. 해품달과 홍천기... 이런 글 쓰는 재주는 타고 나는 것인가. 부럽기만 하다. 최근 작품인 "영원의 사자들"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마냥 재밌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작가가 많이 공부하고 준비한 티가 난다. 유교 경전(?)에 나오는 구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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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회귀 (유진성)2024/01/27
작가의 다른 작품 정주행 후 2회차 완독... 요약하자면, 무협 비틀기, 광마의 자아 찾기, 자신의 마음 들여다 보기, 셀프 치유의 과정, 모두가 성장하는 소설,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 맨날 싸우는 남자는 언젠가 미칠 가능성이 크고, 맨날 일하는 남자는 언젠가 바보가 될 확률이 높다. 또한, 맨날 노는 남자는 조만간에 비참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적당히 싸우거나 일하고, 때때로 놀고, 별일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내라면 문주님처럼 점소이로 출발해서 객잔도 운영하고, 객잔을 운영하다가 돈을 벌어서 표국 일도 하고 상단도 키우고 예쁜 여자랑 혼인하고 꿈을 크게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야망이 있네." "문주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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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김병익)2024/01/04
분량 치고는 조금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고전(?)에 속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고, 작금의 현실이 너무 들어맞아서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대형"이나 "오세아니아"에 대한 모티브는 다른 나라에서 따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치적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현실의 어떤 부분이 작가로하여금 독자들에게 이러한 경고를 하게 만들었을까... 당시 어떤 출판사 사장이 이 소설의 원고를 읽고 직원에게 보내며 메모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것은 위대한 작품이다. 그러나 제발 앞으로 몇 년 간은 이 같은 작품을 읽지 않게 되기를..." 멀리 갈 것도 없이 식민 지배와 성노예 착취 사실을 자꾸 지우려고 하는 일본, 또 거기에 보조를 맞춰주는 한국의 일부 정치인... 국방부에서는 홍범도 흉상을 치우고, 독도는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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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환생 (유진성)2023/12/03
유진성 정주행 완료. 공통점을 찾아 보자면, 미소년, 부자, 정의로운 악인, 관계 비틀기. 미친자들에게 미친작가... (광마 사랑... 그래서 광마회귀가 나온지도?) 김용 만이 진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주인공이 이렇게 잘 나가기만 해도 재밌구나... 새삼스럽게 그것이 유진성이다. 하고 느낀다. 한 가지 흠을 굳이 찾아보자면 결국 최종 보스는 마도. 밟아도 밟아도 싹이 트는 마도... 의외로(?) 백도나 흑도 내에 반전으로 흑막이 있는 경우는 없는 듯. 작가만의 독특한 설정인 서생이나 비천 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마도가 만악의 근원... 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마魔라는 단어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작품의 경우 철명호의 성장이 너무 재미있고 응원하게 된다. 좌백의 하급무사가 생각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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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취한 밤을 걷다 (유진성)2023/11/26
“칼춤 추던 꼬마가 천하제일이 되는 이야기.” 역시 시크하고 도도하고 사악하지만 정도를 걷는 주인공. 어느 정도 작가의 스타일은 있지만 매번 새삼스럽게 재밌다. 전작과 미리 본 최신작 광마회귀처럼, 빙공 뇌공 화공에 이어 이번에는 독공 역시 판타지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것 같다. 슬슬 광마회귀와 비슷한 분위기의 문체도 눈에 띄고, 광마회귀와 비슷한 주변인물과의 관계도 나온다. 요리사 한 명과 무공은 평범한(?) 수하 한 명. 초반에는 "연기자" 또는 공연자 출신이라는 점을 재미있게 잘 이용했는데, 이게 나중에는 꽤 중요한 설정이 된다. 제갈신보라는 설정이 신선하다. 단순히 구전적 소문이 아닌 전문적이고 문서화된 서열 정리... 거기에 인터뷰(시도)까지. 다만 이건 중요한 매개체까지는 아니고 거의 하나의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