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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김영하)2022/03/08
알쓸신잡 보면서 저 사람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은 건 이제서야... 그것도 본업(?)인 소설보다 산문집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 역시 어딘가 외출했을 때 우연히 첫 몇 페이지를 읽다가 말았는데, 위시리스트에 넣어놨다가 지르게 되었다. 작가와 나의 사고방식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아니면 나도 모르게 설득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 보편적인 삶의 이치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었기 때문일까.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 편이다. 운 좋게 맛있으면 맛있어서 좋고, 대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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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2022/03/07
재밌다. 넷플릭스에서 본 어떤 작품보다도. LOL은 정말 딱 3판 해 본 것 같고, 비슷한 장르의 폰게임 베인글로리 몇 번 한 게 전부이다. 아무튼 게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도 정말 재밌다. 이 작품을 보고 LOL을 해보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있다. 일단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사전 지식이 없었다 보니... 설마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LOL의 캐릭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어? 설마? 하고 검색해 보면 역시나 게임에도 등장하는 "챔피언"이었다. 서로 갈등하게 되는 서사도 좋고 캐릭터도 입체적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작품 내에서 기본적으로 어떤 세력에 속해있게 되는데, 결국은 그 세력을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고 선역과 악역의 경계도 희미해 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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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표 (좌백)2022/03/04
시작할 때부터, 아니 전편 마지막 부분부터 이미 주인공은 무적에 가까운 몸이었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부분에서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을 보여준다. 강하다는 것,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은 마음가짐이라는 것. 결국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 '자존감'이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주인공이 너무 강해져서 속편은 포기하셨다고 하던데... 독행표와 금전표 시리즈도 마음 속에 명작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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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2022/03/03
리디와 텀블벅의 '에디션 제로'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달성율을 기록한 작품. 호기심에 포인트와 쿠폰 소진할 겸 읽어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다. 한강 뿐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자살을 하면 가게 된다는 "제2한강"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각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형식.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누구나 한 번 쯤은 자신을 투영하게 될 것이다. 그분들을 그렇게 만든(?) 타인이나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누구나 공감하고 분노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작가분이 친구를 떠나 보내고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도 한 명을 떠나 보낸 입장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영화화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제2한강이라는 신비로운(?) 세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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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2022/02/05
작지만 위대한 책. 마지막 문장이 제일 중요하다는 홍보문구가 잘 어울리는 책. 간결하지만 생생한 묘사의 문장들, 담담한 문체로 채워진 적은 분량, 작가의 생애까지 모든 점이 잘 어우러진 명작이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했고 돈이 있는 지금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나 자신을 실패자로 본다. 그것이 정말로 문제가 되어서가 아니다. 영원의 상 아래에서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다 실패자들이니까. 〈죽음은 최후의 어둠이 오기 전에 결국 모든 것이 똑같이 덧없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의 삶에서 자신감을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