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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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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진정한 용기는 기세 높여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 황이 고개를 숙입니다. - 이황 사단칠정논쟁 중, 퇴계 이황이 고봉 기대승에게 보낸 편지에 썼다는 말. 기대승은 1527년 생, 이황은 25살 위인 1502년 생이며 이미 유명한 학자였다. 알쓸신잡 보다가 가장 감동 받았던 부분 중 하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이상한 문체나 쓸데없는 사족 때문에 읽기 불편하고 거슬렸지만.. 몇몇 부분을 건너 뛰긴 했지만..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었다. 건축이 재밌는 분야인 것은 확실하다. 유명인들은 익명성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큰 집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집만이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중략) 대신 우리는 집은 작지만 대문 밖의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다. 유명인이 아닌 분들은 여러 도시를 소유한 부자인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국 중산층 집의 크기는 두 배 가까이 커졌다고 한다. 50년간 사람의 몸이 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의 수는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은 이렇게 계속 커져 갔을까? 가만히 살펴보면 커져 버린 집의 공간은 물건으로 채워져 있다. ..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장동선) 평소 자기계발이나 실용서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마 알쓸신잡을 안 봤다면 읽지 않았겠지만 (…)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일반인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읽히도록 잘 쓴 글. 리디페이퍼에서 내 설정 기준으로 539페이지였는데, 440페이지 정도에서 갑자기 끝나고 나머지 100페이지 가까이 전부 참고문헌 목록이었다.(…) 아래는 리디페이퍼를 통해 남긴 독서노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Robin Dunbar 의 주장에 의하면, 동료, 친구, 친지들을 다 합쳐서 현재 우리의 뇌가 관리할 수 있는 구성원의 상한은 약 150명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모를 때가 더 많은 것이 사람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