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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2018/04/20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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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2018/04/08
이상한 문체나 쓸데없는 사족 때문에 읽기 불편하고 거슬렸지만.. 몇몇 부분을 건너 뛰긴 했지만..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었다. 건축이 재밌는 분야인 것은 확실하다. 유명인들은 익명성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큰 집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집만이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중략) 대신 우리는 집은 작지만 대문 밖의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다. 유명인이 아닌 분들은 여러 도시를 소유한 부자인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국 중산층 집의 크기는 두 배 가까이 커졌다고 한다. 50년간 사람의 몸이 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의 수는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은 이렇게 계속 커져 갔을까? 가만히 살펴보면 커져 버린 집의 공간은 물건으로 채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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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장동선)2018/03/25
평소 자기계발이나 실용서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마 알쓸신잡을 안 봤다면 읽지 않았겠지만 (…)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일반인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읽히도록 잘 쓴 글. 리디페이퍼에서 내 설정 기준으로 539페이지였는데, 440페이지 정도에서 갑자기 끝나고 나머지 100페이지 가까이 전부 참고문헌 목록이었다.(…) 아래는 리디페이퍼를 통해 남긴 독서노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Robin Dunbar 의 주장에 의하면, 동료, 친구, 친지들을 다 합쳐서 현재 우리의 뇌가 관리할 수 있는 구성원의 상한은 약 150명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모를 때가 더 많은 것이 사람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